포비기너, 9번째 이야기

조금 부끄럽지만, 고등학교 시절의 저는 스포츠 산업에서 일하기 위해선 반드시 체육 전공을 해야 하는 줄 알았어요. 뼛속까지 이과였던 저는 스포츠 전공에 들어가기 위해 수능 보기 3개월 전인 고3 8월 공부하던 과목들을 바꿨죠.

정해진 답은 없어

짧은 준비 기간이었지만 원하는 학교의 목표로 했던 과로 입학했어요. 감사하게도요. 그때는 그게 정말 큰 일인 줄 알았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다른 길로 시작했더라도 제 의지만 있다면 길은 얼마든지 있었을 것 같아요. 어떤 길이 더 쉬웠을지 상상이 안 갈 정도로요.

대외활동을 하면서 많은 친구들을 만나보니 스포츠 전공이 아니라서 스포츠 산업에 뛰어들기를 주저하는 친구들이 많더라고요. 전공인 친구들 못지않게 스포츠 산업에서의 경험도 지식도 갖고 있음에도 말이죠.

전공보다 중요한 건 00이야

스포츠 산업에서 전공보다 중요하다고 느끼는 건 ‘스포츠 산업에서 무엇을 하고 싶은지’를 아는 것이라 느껴요. 단순히 스포츠를 하는 것을 좋아해서 체육학과를 고른 저에게는 이 산업에서 무엇을 할지 고르는 것은 정말 큰 난관이었어요.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은 너무나도 많고 스포츠 산업의 분야는 너무나도 넓으니까요.

정 모르겠으면, 이 방법은 어때?

저는 무엇을 하고 싶은지 끝까지 못 찾았어요. 휴학하고 대외활동도 해보고 어학연수라는 핑계로 시간도 벌어봤는데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뭘 하고 싶은지. 그래서 할 수 있는 일로 시작했어요. 궁금하면서도 제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일로 선택했어요. 외향적이고 해외 경험이 있는 저는 해외 영업을 첫 직무로 시작하게 되었어요.

처음 시작한 일이 잘 맞지는 않았어요. 그치만 어떠한 업무를 할 때 재미가 없고, 재미를 느끼는지는 확실히 느껴지더라고요. 한 직무 내에서도 여러 성격의 일들을 맡으니까요. 직무 속 나의 MBTI는 무엇인지를 알아가는 느낌이랄까요? 그걸 알고 나니 ‘어? 저 사람이 하는 일 나랑 잘 맞겠다!’ 하고 결정하는 건 쉬웠어요.

저도 여러분과 다를 바 없는 한낮 경험 짧은 비기너에 불과해요. 그렇지만, 저의 1년 전 혹은 3년 전 고민 속에 있으신 분이 이 글을 읽는다면 제 경험을 통해 ‘오 이렇게 해봐도 괜찮겠다’하고 막막했던 고민 속 시도해볼 수 있는 한 가지 방법을 제시해줄 수 있었음해요.

포빅이님의 가슴 뛰게 하는 일을 찾으셨나요?

골프에 대한 작은 호기심이 생기다

스포츠가 곧 축구, 축구가 곧 스포츠이던 제가 ‘골프’라는 스포츠에 관심을 갖게 된 건 정말 우연한 계기였어요. 우연히 주말에 열리는 여자 골프 대회에 대한 기사를 보게 되었는데 총상금이 10억 원을 훌쩍 넘는 데다 우승 상금 또한 어마어마한 거예요. 제가 좋아하는 K리그1 한 시즌 우승 상금이 총 5억 원이었기에, 나흘간 치르는 골프 대회의 상금 규모는 매우 큰 충격으로 다가왔어요.

• 골프에 대한 작은 호기심으로 찾아본 골프 산업은 제가 생각하는 그것보다 훨씬 더 거대하고 흥미로웠어요. 500만 명을 넘는 골프 인구가 존재했고 그들을 위한 골프장, 골프 클럽, 골프웨어 등 크고 작은 수많은 서비스들이 존재하며 거대한 규모의 ‘골프 산업’을 형성했어요.

스포츠 산업 커뮤니티 ‘스포츠 잡알리오’를 통해 수강한 ‘골프 산업 아카데미’는 골프 산업에 대한 제 호기심을 채워줄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고 또 동시에 골프와 골프 산업을 조금 더 배우고 깊이 있게 다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다 우연히 찾아온 기회에 지금은 ‘골프 미디어’ 회사에 입사해 다양한 디지털 콘텐츠를 직접 기획하고 만들면서 골프와 골프 산업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게 되었어요.

꼭 축구가 아니어도 괜찮아!

축구만 바라보던 사람이 골프 회사에 간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요? 가장 좋아하는 스포츠가 아니어서 일하는 것이 재미가 없을 것 같나요? 혹은 새로운 스포츠 종목에 흥미를 느껴서 더 이상 축구 산업이 그립지 않을 것 같나요?

저 역시 골프 회사에서 일을 처음 시작했을 당시에는 한국에서 제일 큰 규모의 산업 구조를 갖춘 골프라는 스포츠를 다루게 되었다는 설렘도 있었지만, 가장 좋아하는 축구 산업에서 일하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이 있었어요. 진로에 대한 제 계획과 꿈이 틀어진 것에 대한 두려움도 있었고요.

입사 후 1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제가 여러분께 전달해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어느 종목이 더 낫고, 좋다는 것이 아니에요. 그저 꼭 처음 생각한 분야에서, 종목에서 일을 시작하지 않아도 너무 걱정하거나 좌절할 필요 없다는 이야기를 해드리고 싶어요. 저 역시 지금은 처음부터 골프라는 스포츠가 훨씬 더 좋아졌고 또 골프 산업에서 더 오래 머물며 ‘골프 전문가’가 되고 싶어졌거든요.

스포츠라는 큰 틀 아래 모든 스포츠 종목은 결국 크게 다르지 않아요. 골프와 축구 역시 마찬가지고요. 여러분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하고 또 보다 더 시야를 넓게 가져 자신이 하는 일을 다룬다면 어느새 다양한 종목을 넘나들며 다양한 식견과 경험을 갖춘 멋진 스포츠 마케터가 되어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우리, 너무 한 가지에만 매달리지 말자구요~

여러분은 어떤 경험을 가지고 계신가요?

대표님께서 이런 말씀을 하신 적이 있어요. 일은 재밌는 게 아니라고. 리모님이 일을 재밌게 하고 있는 이유는 일을 재밌게 하려는 환경을 계속 만들기 때문이라고. 회사라는 공간에서 즐겁게 지내며, 멤버들과 소통을 잘하고, 스스로 성장을 갈망하는 모습 같은 거예요. 제가 왜 이렇게 일하려고 하는지 생각해봤어요. 누군가가 저를 바라볼 때 같이 일하고 싶은 사람이길 바랐어요.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의 특징

1. 자기에게 주어진 일을 사랑할 줄 안다
2. 사소한 일에서도 의미를 찾을 줄 안다
3. 주도성과 열심을 결과로 말할 줄 안다

누구나 함께 일하고 싶은 사람이 되어가는 과정을 즐기면, 일이 재밌어지더라고요. 그다음부턴, 기대했던 일과 결과들이 자동으로 따라오게 됐어요.

스포츠는 참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하나의 경기가, 한 명의 선수가 참 여러 감정을 느끼게 해요. 그러면서 우리는 생각해요. “아! 이 현장에서 함께 일하고 싶다”

스포츠산업을 목표로 하는 비기너들은 대부분 ‘스포츠에서 일하고 싶다'라는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있어요. ‘나는 마케터가 될 거야! 나는 개발자가 될 거야!’라고 직무만 생각하며 어느 산업군이든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는 다르죠. 저 또한, 대학생 때부터 스포츠산업에서 일하겠다는 목표는 변하지 않았어요. 스포츠마케터로서 커리어를 나아가고 싶어 이와 관련된 활동을 정말 많이 했어요. 하지만 저는 지금 스포츠마케터라고 불리지 않아요.

“결국엔 기획을 재밌어하는 사람이더라고요”

스포츠산업에 이로운 일을 하고 싶었어요. 지금 하는 일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스포츠산업에서는 생소하지만, CX매니저라는 직함으로 고객 경험을 극대화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원하던 회사에 오긴 했는데, 이 직무가 내가 하고 싶었던 일이 맞을까? 라는 고민했던 적도 많았죠. 스포츠 이벤트를 기획하는 일을 하고 싶었거든요.

제가 하는 일을 통해 깨달은 것이 있어요. 스포츠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모든 기획적인 일’을 하고 싶어 한다는 것이었어요. 그렇게 생각하니 당장 직무가 중요한 게 아니었어요. 스포츠 이벤트 기획만이 하고 싶었던 게 아니었던 거예요. 이곳에서 서비스 운영, 다양한 프로젝트 등에 참여하며 참 많은 일들을 경험해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저는 ‘스포츠로 기획하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저에게 주어진 일을 사랑하고, 최선을 다하다 보니 원래는 보지 못했던 시야가 생긴 거죠. 거기서 재미를 찾았고, 결국 해보고 싶었던 일들을 할 기회도 주어졌고요.

상상은 현실이 된다

제가 재밌게 일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상상만 했던 일들이 현실로 펼쳐지는 경험이 벌어지는 것이에요. 이러한 경험이 스포츠산업에서 일하는 것을 참 재밌게 해요. 예를 들어, 팬으로만 바라보았던 ‘선수’라는 존재와 함께 일을 하게 되는 것 같은 거예요. 나에게는 참 거리가 멀어 보였던 존재들이, 지금 나와 함께 일하고 있고, 그들과 소통하고, 그들이 이용하는 서비스를 내가 만들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끔은 꿈같아요. 이렇게 제가 하는 일에 의미를 부여하며, 즐겁게 일할 수 있는 원동력을 계속 찾아요.

그리고 사실 회사에서 충족시키지 못하는 일들은 뉴스레터로 채우고 있어요. 이것도 방법이더라고요. 원하는 일을 꼭 회사에서만 해야 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이게 회사 일도 더 몰입하게 하고, 회사 밖에서는 제 사심을 채우는 참 즐거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어요

비기너의 생각도 듣고 싶어요

“아 재미없어.. 하기싫어”

포빅이님! 나도 모르게 이런 생각 하신 적 있으시죠? 최근 제가 딱 그랬어요! 뭘 하든 하기가 싫고 평소 계획적인 삶을 선호함에도 불구하고 할 일을 미루고 또 미뤘어요. 답을 알고 있지만 외면하려 하고 문제 상황을 회피하려 하기도 했죠.

머지않아 졸업을 앞둔 대학생인 저는 언제부턴가 미래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과 함께 저보다 먼저 스포츠 산업 혹은 다른 분야의 직업을 가지고 각자의 꿈을 펼치는 사람들과 끊임없이 비교를 하게 되었어요. 그들에 비해 부족한 점을 찾으려 애쓰고 낙담하는 저를 발견하기도 했어요. 평소의 건강한 저였다면 이러한 상황이 건강한 자극으로 다가왔겠지만 왜인지 최근의 저에게 이는 그저 저를 나태하고 무기력해지게 만드는 수단에 불과하더라고요.

마음을 내려놓고 현재를 즐기자

저 자신의 현재 위치를 되새겨봤어요. 무기력한 나날들이 한동안 지속되다 보니 주변에서는 저에게 아직 한창일 나이고 지금이 아니면 즐길 수 없는 것들이 많다, 쫓기지 말고 여유를 가져도 되는 사람이다 라는 조언을 정말 많이 해주셨는데요. 덕분에 저를 되돌아볼 수 있게 되었어요.

저보다 좋은 학교에 다니는 친구들, 외국어 능력이 뛰어난 친구들 등 저보다 나은 점을 가진 친구들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고 인정하니 마음이 한결 편해지더라고요. 또 나태하면 나태한 대로 내버려 두다 보니 오히려 저도 모르게 제가 저의 몫을 찾아 움직이고 있더라고요. 저를 작아지게 만드는 생각들로 조급해하는 것보다 그동안 저의 노력을 존중해주고 모든 걸 내려놓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다는 걸 배웠어요.

나태함과 무기력함으로부터 스스로 벗어나는 방법도 있지만, 최근 저는 주변의 긍정적인 에너지도 큰 힘이 있다는 걸 느꼈어요! 포비기너는 일주일에 한 번씩 정기회의 시간을 갖는데요. 다들 본업은 따로 있음에도 불구하고 항상 진심을 다해 고민하고 책임을 다해내는 모습을 보는 게 참 건강한 자극으로 다가와요. 때로는 레터를 쓰는 게 일처럼 느껴질 때도 있지만 대면 회의를 통해 다 같이 모여 의견을 나누고 포비기너를 위한 그림을 그려가다 보면 서로에게 긍정적인 에너지를 얻음과 동시에 리프레쉬가 되더라고요.

나는 이 사람들에게 어떤 영향을 주는 사람일까? 생각하게 되면서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기도 하고요. 여러분들이 매주 레터를 읽고 남겨주시는 피드백도 긍정적인 한 주를 보내게 하는 원동력이 된답니다.

부정적인 생각과 감정이 자꾸 나를 괴롭힌다면, 여러분도 긍정적인 환경에 계속 노출되어보려고 시도해보세요. 포빅이님에게 긍정적인 기운을 가져다주는 장소, 사람, 일은 어떤 건가요??

여러분은 요즘 어떤 고민을 가장 많이 하시나요?

하고싶은건 많고 시간은 너무 빨리가고, 놀고도 싶고..! 저희는 어떻게 하면 남들보다 시간이 많은 것처럼 살 수 있을까? 항상 고민하는 것 같아요.

포빅이님만의 남들보다 시간 많은 것처럼 살아가는 방법이 있으신가요? 혹은 저희와 나누고픈 이야기가 있으신가요? 비기너들의 생각을 모아보고 싶어요.

많은 고민이 모인다면! 예상치 못한 어느 날, 깜짝 레터로 여러분의 이야기를 포비기너의 방식으로 풀어내어 찾아올께요. 기다려주실꺼죠?

- 네이마르(축구선수) -

• 브랜드 이야기 #2도 기대되네요!!! 생각지 못한 기업의 생각지 못한 이야기 재밌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