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레드불(RedBull)의 브랜드 스토리”를 들려드릴게요. 

에너지드링크 브랜드 레드불의 탄생 이야기, 스포츠마케팅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알려드릴게요.

2012년 10월,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시선을 끈 남자가 있었어요. 그는 오스트리아의 유명 스카이 다이버이자 익스트림 스포츠 선수인 펠릭스 바움가르트너(Felix Baumgartner). 헬륨가스 기구에 의지한 작은 캡슐 ‘레드불 스트라토스(Red Bull Stratos)’는 그를 태운 채 우주와도 같은 지상 3만 9,000m 상공까지 떠올랐어요. 바움가르트너는 까마득한 아래 지구를 내려다보다 손 경례를 한 뒤 지구를 향해 뛰어내렸어요.

인류 최초 맨몸으로 음속을 돌파하는 낙하를 담은 이 라이브 방송은 미디어 회사나 대형 방송국, 엔터테인먼트도 아닌 음료제조회사 레드불의 공식 유튜브에서 라이브로 생중계되었어요. 이 라이브 영상은 800만 명이 동시 접속해 지켜봤고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은 유튜브 생중계 역대 신기록이에요.

이 대형 프로젝트 ‘레드불 스트라토스’에서 바움가르트너만큼 주목받은 게 있었는데요, 그가 입은 헬멧과 옷, 낙하산 등 곳곳에서 노출된 레드불의 로고였어요. 그가 지상에 무사히 도착한 후 무릎을 꿇고 두 주먹을 불끈 쥐자 관제센터를 비롯한 세계 곳곳에서 환호성이 나왔고, 레드불이 단순히 에너지 음료를 파는 기업이 아닌 음료를 통해 느끼는 ‘한계에 대한 도전’ 경험을 판매하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전 세계에 알리는 데 성공했어요.

레드불은 3시간 남짓의 생중계 영상 프로젝트에 5년간 300명이 넘는 전문가를 동원했고 약 690억 원이라는 거액을 투자했어요. 그만큼 성공에 대한 믿음이 있었다는 거겠죠. 레드불은 이 프로젝트의 성공으로 47조 원의 광고 효과를 얻은 것으로 알려졌어요.

트위터에서는 전 세계 트렌드 1위로 펠릭스 바움가르트너가 인기 검색어에 올랐고, 레드불 페이스북에서는 바움가르트너의 착륙 후 그의 사진을 올린 게시물이 40분 만에 약 3만 회 공유, 22만 개의 추천받았어요. 그해 레드불의 매출은 전년 대비 16% 증가한 6조 1,000억 원을 달성했고요.

이 낙하 이벤트는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레드불의 브랜드 이미지와 잘 맞았고 소셜 미디어에서 고객들의 몰입 효과를 불러일으켰어요. 전 세계적으로 브랜드 인지도 상승은 물론, 매출 상승 그리고 도전의 이미지까지도 형성할 수 있었죠. 레드불 스트라토스가 가장 성공적인 익스트림 스포츠 마케팅 중 하나로 손꼽히고 있는 이유라고 할 수 있어요.

800만 명의 시선을 끌만한 대형 프로젝트를 열다니! ‘레드불은 미디어 회사를 겨냥하고 만들었나?’싶지만 사실 레드불은 우연치 않게 탄생한 사업 아이템이었어요.

당시 회사원이었던 디트리히는 태국 출장에서 시차와 무더운 날씨로 고생하던 중 호텔 직원에게 컨디션 회복 방법으로 ‘크라틴 뎅’이라는 음료를 추천 받았어요. 그는 음료를 마시고 난 후 거짓말처럼 컨디션이 회복되는 경험을 해요. 그 음료는 태국어로 붉은 물소라는 이름의 피로 회복제라는 사실을 알게되었죠.

그는 당시 유럽에서는 대중화되어있지 않았던 피로회복제가 유럽시장에서도 잘 통할 것이라고 직감했고 크라틴 뎅의 제조사를 수소문했어요. 놀랍게도 크라틴 뎅의 창시자 찰레오 사장은 당시 디트리히의 회사 블렌닥스의 태국 판매권 회사를 소유하고 있었어요. 디트리히는 크라틴 뎅을 세계로 전파하겠다는 야망을 가지고 찰레오 사장을 설득에 성공했고 크라틴 뎅의 판권을 갖게 되었어요. 이렇게 새로운 회사 레드불이 탄생하게 된거예요.

유럽시장에 맞춘 크라틴 뎅의 재탄생!

레드불 설립 후 디트리히가 가장 먼저 한 일은 기존의 크라틴 뎅을 유럽 시장에 맞춰 크라틴 뎅을 재탄생 시키는 일이었어요. 크라틴 뎅의 핵심 원료는 유지하되 단맛을 줄이고 탄산을 추가해 유럽인의 입맛에 맞추었고, 크라틴 뎅의 영어이름인 'Red Bull'로 바꾸면서 제품 디자인도 바꾸었어요.

블루칼라 직업군을 타깃으로 판매하던 피로회복제 크라틴 뎅과는 달리 레드불은 피로회복제라는 올드한 저가 드링크라는 이미지를 버리고 바쁜 삶을 살아가는 젊은 현대인을 타깃으로 한 새로운 프리미엄 제품군으로 공략했어요.

후발주자였던 레드불, 그래서 어떻게 했다고?

레드불이 음료 시장에 진출할 당시, 업계는 이미 레드오션이었어요. 코카콜라는 이미 탄산음료 시장을 장악하고 있었고, 이온 음료로는 게토레이가 선도하고 있었죠. 각종 카페인 함유 기능성 음료들도 '피로회복제' 혹은 ‘자양강장제’라는 이름으로 존재했어요. 그러나 레드불은 이 시장에 ‘에너지 드링크’라는 새로운 카테고리를 탄생시켰어요.

레드불 하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슬로건 '당신에게 날개를 달아드립니다(Gives you wings)'는 당시 유럽 사람들에게 '신비의 묘약'이라는 인식을 갖게 했어요. 레드불은 자사 음료에 에너지 드링크라는 이름을 붙였고, 몸의 컨디션을 높여준다고 광고했어요. '에너지'라는 단어에 집중해 에너지에서 연상이 가능한 젊음, 도전, 열정 등의 단어를 브랜드 이미지로 활용하기 시작했고 에너지 음료를 많이 마실 것 같은 사람들이 있는 곳에는 항상 레드불이 있게 했죠.

젊음, 도전, 열정. 레드불이 이 단어들에서 떠올린 것은 익스트림 스포츠였어요. 온 몸의 에너지를 소모해 한계에 도전하는 익스트림 스포츠와 마시면 힘이 세지는 이미지를 가진 고카페인 함유 에너지 드링크 레드불의 조합은 완벽했어요. 엘리트 스포츠에 국한하지 않고 스포츠 이벤트를 찾아다니며 사람들이 레드불을 직접 접할 수 있게 했죠.

이 방법이 성공을 거두자 직접 스포츠 이벤트를 개최하고 선수를 후원하기 시작했어요. 인기·비인기 종목을 가리지 않고 공중 곡예를 하는 스턴트팀 부터 비보이, 모터스포츠, 모터바이크, 자전거 BMX, e-스포츠, 스케이트보드, 카누, 요트, 클라이밍, 웨이크보드 등에 투자했죠.

레드불은 현재 2개의 포뮬러원팀과 5개의 프로축구팀 그리고 한 개의 아이스하키팀을 소유하고 있어요. 그 외에도 여러 스포츠 이벤트 및 수천 명의 선수들을 후원하고 있는데요.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울버햄프턴 원더러스에서 공격수로 활약 하고있는 우리나라의 황희찬 선수도 레드불의 작품이라 할 수 있어요.

황희찬 선수가 프로 선수 생활을 시작한 FC 리퍼링을 비롯해 잘츠부르크, 라이프치히가 모두 레드불 산하 구단들이거든요. 레드불 산하의 프로팀들은 레드불에 의한 최초 창단은 아니지만 열악한 환경의 하위권 스포츠단을 인수하고 공격적인 투자로 상위권 팀으로 만들어냈다는 공통점이 있어요.

레드불은 미친자한테 후원한대~

레드불은 F1, BMX 등 익스트림 선수가 아니더라도 즐길 수 있는 대회를 운영하며 소비자들의 관심과 참여를 이끌어내고 있는데요, 대표적으로 플러그태그 대회와 소프박스 레이스가 있어요.

플러그 태그 대회는 누구나 직접 제작한 무동력 비행장치를 타고 6m 높이의 점프대에서 도약하는 대회로 얼마나 멀리 날았느냐도 중요하지만 가장 재밌게 다이빙을 즐기거나 남다른 독창성이 있어야 우승할 수 있는 대회에요. 우스꽝스러운 일반인들의 기상천외한 도전을 위해 매년 5만여 명의 관중들이 모인다고 해요.

또 다른 일반인 이벤트인 소프박스 레이스는 참가자들이 직접 디자인하고 제작한 무동력 자동차로 속력을 겨루는 경주로, 아이들이 나무로 된 비누 상자에 롤러스케이트 휠을 붙여 노는 모습에 영감을 얻어 시작된 대회라고 해요. 레드불은 단순히 젊은 층에게 브랜드를 알리는 마케팅 수단으로서 익스트림을 활용하지 않고 레드불이 지향하는 가치를 소비자가 직접 느끼게 해 브랜드의 호감도를 높이는 것이 레드불만의 마케팅 비결이에요.

레드불은 수익의 3분의 1 이상을 마케팅에 재투자하고 있어요. 그중 3분의 2 이상을 콘텐츠 제작 및 관리에 투자하고 있고요. 공식 홈페이지인 레드불 닷컴에 들어가면 메인 화면에는 레드불이 후원하는 스포츠 대회 이미지와 정보가 가득하고 음료에 관한 이미지나 정보를 찾는 데에는 오랜 시간이 걸릴 정도인데요, 제품을 광고하기보다 에너지 드링크에서 연상되는 활동적인 이미지를 자신들만의 콘텐츠로 녹여낸 것이 특징이에요.

2007년 자회사 레드불 미디어 하우스를 설립하며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사람이 보고 공유하는 기업 채널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어요. 익스트림 스포츠 맞춤형 매체인 ‘레드불 TV’가 있고, 월 200만 부를 발행하는 ‘레드 불레틴 잡지’가 있으며 음악 레이블인 ‘레드불 레코드’까지 가지고 있어요.

레드불이 익스트림 스포츠를 후원하는 것은 이제 브랜드 이미지 강화 차원을 넘어 철저한 사업 아이템으로 잡은 것이에요. 다른 미디어에서는 볼 수 없는 레드불만의 차별화된 콘텐츠를 통해 새로운 수익을 만들어낸 것이죠. 뿐만 아니라 레드불은 익스트림 스포츠 관련 고화질 사진과 영상을 생산 및 제작, 독점하고 있는데 라이센스 사업으로도 이미 수익을 창출해내면서 그들만의 브랜드를 신규 시장에서 개척해나가고 있어요.

인생은 우리가 원하는대로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인생이 흘러가는 대로 흘러간다고 해요. 가끔은 우리가 뜻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아 답답하기도 하고 또 어떨때에는 기대하지 않았던 일이 딱딱 맞아 떨어지기도 하죠. 디트리히에게 크라틴 뎅이 계획하지 않았던 기회로 다가왔듯, 우리 모두에게도 뜻하지 않은 기회가 다가오는 날이 오지 않을까요? 그 기회가 왔을 땐 우리 모두 디트리히처럼 크라틴 뎅 속 레드불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다면 더욱 좋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