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기너, 25번째 이야기

타 스포츠 종목 결승전이랑 차별점은 뭐야?

미식축구는 타 스포츠 종목과 달리 희소성이 있어요. NBA는 82경기, MLB는 162경기로 정규 시즌이 진행되지만, 미식축구 리그(이하 NFL)은 17경기뿐이에요. 또한, NBA는 파이널 7전 4선승제, MLB는 월드시리즈 7전 4선승제이지만, NFL은 와일드카드 한 경기, 디비전 챔피언십 한 경기, 컨퍼런스 챔피언십 한 경기, 그리고 대망의 결승전인 슈퍼볼 한 경기로 진행돼요. 즉, 한 경기 한 경기가 중요한 ‘1shot, 1kill’ 방식이죠. 따라서 실력뿐만 아니라 운도 따라야 하며, 이 때문에 언더독도 예상을 뒤집고 우승하는 경우가 있어서 예측할 수 없는 반전 매력이 항상 존재해요. 그래서 매 경기의 가치가 높고 모든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죠. 

NFL : 우리가 부르는게 값이야.

💵슈퍼볼의 경제적 가치

슈퍼볼 자체의 경제적 효과

슈퍼볼 한 경기로 만들어내는 경제적 가치는 평균 146억 달러로 한화 약 18조 원에 달해요. 많은 전문가와 매체들이 2023년 슈퍼볼 57의 경제적 가치는 약 20조 원 이상을 예상했어요. 이렇기 때문에 시장과 주지사가 직접 나서서 슈퍼볼 개최를 공약으로 내거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러한 예상 예산이 현실적인 이유는 슈퍼볼 경기가 있는 당일에는 3억 4천만의 미국 인구가 평균 10만 원을 소비하는 결과가 있다고 해요. 또한, 2022년 LA는 슈퍼볼 개최를 통해서 5,900억 원의 직접적인 경제적 효과를 얻었어요. 그리고 LA RAMS가 슈퍼볼에서 우승함으로써 팀의 가치가 5조 원에서 8조 원으로 수직 상승했기 때문이죠.

FIFA 월드컵과 비교해 봤을 때 슈퍼볼의 경제적 가치가 더욱 크게 다가와요. FIFA는 카타르 월드컵과 관련해서 2019년부터 4년간의 프로젝트로 10조 원이라는 기록적인 수익을 냈다며 자축했어요. 여기엔 중계권료, TV 광고, 티켓 판매, 장내 광고, 스폰서십 등 모든 것들이 포함돼있죠. 하지만 NFL은 미국 방송사들에게 받는 1년 중계권료만 15조 원에 달해요. 즉, 냉정하게 말해서 경제적 지표에선 NFL의 중계권료에도 못 미치는 4년간의 프로젝트라는 거죠. 전 세계 가장 인기 있는 축구임에도 불구하고 상업적 지표에선 미식축구를 앞지르지 못하는 것이 정말 큰 충격으로 다가와요. 

광고시장의 대축제, 슈퍼볼

슈퍼볼이 이렇게 큰 경제적 가치 만들 수 있었던 것은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광고시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가능해요. 앞서 설명드린 것처럼 최소 1억 명 이상이 시청한다는 보증 수표를 쥐고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모든 브랜드들이 슈퍼볼 경기에서 광고를 송출하기 위해 엄청난 경쟁을 하고 있어요. 2023년 기준으로 광고를 하기 위해 1초 당 약 3억 원을 지불해야 하는데, 기업들이 보통 1분 짜리의 광고를 만들기 때문에 약 180억 원을 '광고를 송출하기 위한 시간'을 구매하는 것에 사용해요. 슈퍼볼 한 경기당 평균 80개~100개 정도의 광고가 송출되는데, 이 덕분에 2022년 슈퍼볼 56의 주관 방송사였던 NBC는 4시간 동안 TV 광고로만 약 6,200억 원을 벌어들였죠. 

국내 브랜드로는 현대 자동차가 2008년 처음으로 슈퍼볼 광고를 시작해 거의 매년 진행 중이며 2019년엔 NFL의 공식 스폰서였죠. 또한, 기아 자동차도 2010년부터 지속적으로 광고를 하고 있으며 올해에도 진행하여 굉장한 호평을 받았죠. 우리에겐 미식축구가 아직도 낯설지만 국내 브랜드들이 해외 진출을 위해 슈퍼볼 광고를 따내려고 집착하는 것은 당연해요. 2020년 현대 자동차의 소나타 광고는 슈퍼볼에서의 광고 후 검색 트래픽이 594%가 증가했고, 슈퍼볼이 있는 2월의 자동차 판매량이 전월 대비 91.4%나 증가했기 때문이죠. 

2022년 가장 획기적이면서 효과적이었던 광고는 coinbase의 'QR코드' 광고라고 생각해요. 가상화폐 거래소 'coinbase'는 슈퍼볼 광고를 위해서 170억 원을 지불하였지만, 정작 QR코드를 띄워놓고 계속해서 벽에 부딪치게 하는 광고를 제작했어요. 이 광고를 본 사람들은 혼란에 빠져 QR코드를 찍어봤더니, 이 회사의 앱을 다운로드할 수 있는 사이트로 이동됐고, 가입 시 $15를 제공함과 동시에 추가로 300만 달러를 추첨으로 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죠.

이 광고가 진행되는 동안 총 2천만 건 이상의 다운로드를 기록했고, 애플 앱스토어 다운로드 순위도 186위에서 2위로 급등했죠. 또한, 너무 많은 접속자의 폭주로 서버는 1시간 동안 먹통이 되는 상황까지 이르렀어요. 이는 자연스레 엄청난 코인 구매로 이어져 매출 증대에 엄청난 기여를 했어요.

비록 슈퍼볼의 광고를 평가하는 가장 유명한 사이트인 'USA TODAY AS METER'에서 66개의 광고 중 최하위를 차지하였지만, '광고'라는 관점에서 봤을 때 정량적, 정성적 목표를 초과 달성하였기 때문에 성공적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뤄요. 또한, 화려하게 하지 않았기 때문에 타 광고들과 '차별점'을 두고 겨룰 필요가 없었고, 광고를 만들기 위한 투자비도 필요 없었고, 섭외비도 필요 없었던 가장 담백하고 실용적인 광고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문제에 봉착한 NFL, 그리고 해결사 Jay-Z

포빅이분들은 'Black Lives Matter'을 들어보신 적 있으신가요? 흑인의 목숨도 소중하다는 하나의 문구로 전 세계로 확산된 캠페인이에요. 2020년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라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백인 경찰의 강압 진압에 의해 사망한 것을 규탄하고자 만들어졌죠.

사실 이 캠페인 전에 '콜린 캐퍼닉'이라는 미식축구 선수가 흑인이나 유색인종을 차별하는 나라에 존경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시합 전 미국 국가가 나올 때 기립하지 않고 무릎을 꿇었던 사례가 있어요. 흑인에 대한 경찰의 행동을 비난하고 이를 바로 고치기 위함이었죠. 이로 인해 그는 살인 협박뿐 아니라 당시 미국 대통령이었던 트럼프는 공식 석상에서 "You're fired"라 말하며 선수를 직접적으로 비난했죠. 이러한 상황 속에서 콜린 캐퍼닉 선수는 어느 팀에서도 받아주지 않아 결국 은퇴를 하게 됩니다. 

하지만 나이키는 이 선수를 광고 모델로 기용했어요.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이 선수와 나이키의 메시지에 공감하게 되었죠. 이에 따라 NFL은 엄청난 비판을 받으며 결국 몰락하는 스포츠가 될 것이라는 문제에 봉착하게 되었어요. 이를 위해 NFL은 혁신과 변화를 시도하게 됩니다.

2018년부터 NFL은 '인종차별 철폐'를 내세우며 2019년 Jay-z가 이끄는 '락네이션'과 공연 기획 스폰서십을 체결했죠. 흑인 힙합의 대명사로 언급되는 Jay-z와 함께 새로운 혁신을 통해 대내외적 이미지를 바로잡기 위함이었죠. 이 스폰서십을 통해 Jay-z는 2020년 '샤키라&제니퍼 로페즈' 공연 기획을 시작으로 2021년 '더 위켄드' 그리고 2022년 '닥터 드레'의 힙합 군단을 하프타임 쇼 공연자로 내세웠죠. 

'1억 7천만뷰'

1090만 구독자를 가진 NFL의 유튜브 채널에 두 번째로 조회 수가 높은 콘텐츠는 바로 2022년 하프타임쇼예요. 이번 쇼는 말 그대로 ‘힙합’ 그 자체였어요. 에미넴, 스눕독, 켄드릭 라마 등 당대 최고의 래퍼들이 공연을 펼쳤죠. 이번 공연을 펼쳤던 래퍼들은 합계 43번의 그래미 어워드를 수상했고, 21개의 빌보드 1위 앨범을 갖고 있는데, 이를 한번에 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매력 요소죠. 이 덕분에 이번 쇼가 슈퍼볼 역대 두 번째로 많은 시청자 수를 기록하는 흥행을 거둘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전환점을 맞이한 NFL

사실 이 공연에는 정말 특별한 메시지가 담겨있어요. 우리에겐 헤드셋으로 더 잘 알려진 '닥터 드레'는 사실 경찰의 폭력성, 불평등에 대해 거친 언어로 목소리를 내는 래퍼이자 스눕독, 에미넴, 캔드릭 라마를 모두 키워낸 서부 힙합계의 거장이에요. 그렇기 때문에 NFL은 이번 공연을 통해 동부 힙합의 대부인 jay-z와 닥터 드레 군단을 통해 인종차별로 인한 비판에 대한 극복과 트렌드를 놓치지 않기 위해 정말 많은 노력을 했어요. 그리고 사람들은 이를 진심으로 느끼고 열광하고 있다는 것이 시청자 수로 드러나고 있죠.

또한, 2023년 리한나의 슈퍼볼 하프타임쇼도 비슷한 맥락이에요. 이미 2018년에 하프타임쇼 공연을 제안받았지만, 리한나는 "인종차별을 하는 그들의 조력자가 되고 싶지 않다. 그래서 출연할 이유가 없다"라며 콜린 캐퍼닉이 NFL로부터 받은 부당한 대우를 간접적으로 언급하며 거절했어요. 하지만 NFL이 인종차별 문제에 대해 인정하고 사과하며 바로잡으려는 모습과 jay-z라는 인물의 영향력으로 인해 리한나 마음의 문이 열려 공연을 하게 됐다고 해요. 앞으로도 NFL이 현재 처해진 상황에 어떻게 대처해나가고, 인기를 어떻게 유지해 나갈 것인지 지켜보면 정말 재밌을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