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기너, 43번째 이야기
포빅이님, 우리나라 축구 대표팀 하면 무슨 색이 떠오르시나요?
당연히 고민할 틈도 없이 빨간색을 떠올리셨을 거예요. 우리나라 하면 빨간색이 대표적으로 떠오르듯이, 브라질 대표팀의 상징색은 브라질 국기의 밝은 노란색인데요, 지난 18일 브라질 대표팀은 기니와의 평가전에서 역사상 처음으로 검정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치렀어요. 어웨이 유니폼조차 파란색인 브라질 대표팀이 어쩌다 검은색 유니폼을 입게 된 것일까요?
그 이유는 최근 브라질 국가대표 선수들의 인종차별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피해 선수들에 대한 지지와 인종차별 반대에 대한 브라질 대표팀의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고 해요. 오늘은 사건의 발단이 된 비니시우스의 인종차별 피해 사례와 축구계(FIFA)가 이러한 인종차별의 철폐를 위해 해왔던 노력들에 대해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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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축구계에 충격을 안긴 비니시우스의 인종차별 피해
그라운드에서 흐를 수밖에 없던 눈물, 비니시우스 인종차별 사태
당시 홈 팬들인 발렌시아 팬들은 경기 내내 비니시우스가 공을 잡을 때마다 모욕적인 말들을 쏟아냈어요. 야유와 욕설부터 시작해 “원숭이”, “나가 죽어라.” 등의 비인간적인 말들을 외쳐댔고 심지어는 경기장 안으로 쓰레기를 던지는 관중까지 있었어요. 상대팀이라는 이유만으로 참고 견디기엔 도가 지나친 수준의 말과 행동들이었죠. 후반 23분, 비니시우스가 발렌시아 수비수에게 파울을 당하자, 관중석에서는 더 심한 모욕적인 말들을 쏟아냈어요. 이에 분노한 비니시우스는 더이상은 참을 수 없어 관중석으로 가서 설전을 벌였고, 주심에게 직접 항의까지 해보았지만 주심은 멀리서 지켜만 볼 뿐 관중들에게는 아무런 제재를 가하지 않았어요.
혼란 속 경기가 재개됐지만, 경기는 얌전히 끝날 리 없었어요. 경기의 막바지쯤 발렌시아 선수 유누스 무사가 시간을 끌면서 레알 마드리드의 안토니오 뤼디거와 충돌했고, 이 때 양팀 선수들이 몸싸움을 벌였는데 이 때 비니시우스가 상대 선수 얼굴을 가격하자 심판은 곧바로 퇴장을 선언했어요.
퇴장 선언 후 발렌시아 팬들의 야유를 들으며 그라운드를 빠져나가던 비니시우스는 손가락 2개를 펼쳐 보이며 강등권인 발렌시아가 2부리그로 강등되길 바란다는 제스처를 취했는데, 이에 격분한 발렌시아 팬들은 또 다시 더 심한 욕설과 인종차별적 발언들을 쏟아부었어요.
비니시우스는 경기 직후 자신의 SNS에 “처음도 아니고, 두 번째도 아니고, 세 번째도 아니다. 라리가에서 인종차별은 정상적인 행위다. 경쟁자들은 그것이 정상이라 생각하며 연맹도 마찬가지다”고 말하며 이러한 인종차별을 행한 팬뿐만 아니라 이를 제재하지 않는 협회에도 강하게 맞서 싸우겠다는 입장을 밝혔어요. 더불어 그 다음날에는 그동안 당해온 인종차별 피해가 담긴 영상까지 직접 공개했는데, 영상에는 발렌시아, 바야돌리드, 아틀레티코 마드리드, 바르셀로나 등의 타 팀 팬들이 '원숭이', '네그로', '죽어', '바나나' 등 흑인을 지칭하는 모욕적인 표현을 외치는 모습과 라이터 등 이물질을 투척하는 등의 충격적인 장면들이 담겨있었어요. 장문의 메시지로 그동안의 아픔을 공개한 비니시우스는 리그와 구단을 향해 단호한 조치를 촉구하며 후대를 위해 자신이 직접 변화를 이끌겠다는 다짐도 밝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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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FA, 인종차별 철폐를 위해 직접 비니시우스를 부르다
지아니 인판티노 FIFA 회장은 비니시우스를 비롯해 에드날도 로드리게스 CBF(브라질축구연맹) 회장과 브라질 축구대표팀 선수들을 한자리에 모아 사건을 겪은 비니시우스에 대한 전대적인 연대와 지지의 뜻을 밝혔고, 앞으로 구성될 TF(태스크 포스 : 조직이 특정 사업이나 현안, 계획의 해결과 달성을 위해 기존의 부서와 별개로 설치하는 임시조직)를 통해 특별위원회가 수행할 역할에 대해 발표했어요.
여기서 FIFA 인종차별 반대위원회의 역할은, 세계 각국에서 발생하는 인종차별 사례를 감시하고 접수된 신고를 조사하여, 규정에 따른 적절한 조치를 취하며, 인종차별을 받은 선수, 관중 또는 기타 관련 당사자들이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접촉점이 되어주는 것이에요. 아울러 인종차별과 관련된 교육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진행하기도 하고 세계 각국의 정부 및 단체와 협력을 통해 법적, 규제적 조치를 수행하는 역할을 하기도 하죠.
인판티노 회장은 “앞으로 축구에 인종차별은 없을 것이며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게임을 즉각 중단할 것”이라고 단호히 선언하며, 경기 중 인종차별이 발생하는 국가에 대해 징계 및 경기 출전 제한은 물론 가해자에 대한 적극적인 법적 조치를 할 것이라고 밝혔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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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IFA의 인종차별 반대를 위한 노력
FIFA가 인종차별 근절을 위해 이러한 액션을 취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FIFA의 역사를 되돌아보았을 때, ‘인종차별’이라는 구체적인 단어를 언급하고 이에 대한 규범을 제시한 것은 1960년대부터 시작되었어요. 하지만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규범적, 제도적 방안들을 FIFA 내부에서 논의하고 실행시키는 것 이상으로, 축구를 보는 대중에게 ‘캠페인’ 형식으로 이러한 신념을 나타내고 설득하기 시작한 것은 2006년이 처음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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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 , Say So to Racism 캠페인 시작
‘Say So to Racism’이라는 이름 아래 처음으로 인종차별 반대 캠페인을 전개했어요. 계기는 그 해 6월 독일 월드컵 개막을 앞둔 상황에서 3월, 4월에 독일, 벨기에 등의 유럽 프로리그에서 폭력 사태까지 이어지는 인종차별이 일어나자 월드컵 이전에 인종차별에 대한 경각심과 올바른 인식을 FIFA 측에서 먼저 제시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거죠. FIFA는 문구를 담은 로고와 슬로건을 사용하여 TV, 경기장 배너 등에 여러 홍보 활동을 진행했고 경기 전 선수들이 슬로건이 적힌 플랜카드를 들고 나오거나 각 참가국주장들이 연설을 하는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선수와 팬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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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종차별 반대 TF, 알고 보니 이번이 두 번째
앞서 비니시우스가 인종차별 반대 위원회 TF의 위원장이 되었다고 했었죠? 사실 이 TF가 만들어진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어요.
2013년, 이탈리아의 AC밀란과 4부리그 소속 팀이 맞붙은 친선 경기에서 케빈 프린스 보아텡 선수에게 이번 비니시우스 사태와 유사한 일이 일어났어요. 흑인 선수라는 이유만으로 경기 내내 상대 팀 팬들이 원숭이 소리를 내며 모욕적인 가사의 응원가를 불러 조롱하자, 보아텡이 관중석을 향해 공을 걷어 찬 뒤 그대로 그라운드를 떠난거예요. 여기서 AC밀란 동료 선수들과 구단 직원들은 모두 항의의 뜻으로 그라운드를 떠났고 경기는 결국 중단되어 재개되지 않았어요.
사건은 이탈리아를 넘어 전 세계 축구계를 뜨겁게 달궜고 FIFA는 사상 최초로 '인종차별 금지' 태스크포스(TF)를 꾸렸어요. FIFA는 당시 총회에서 인종차별 금지 방안을 안건으로 올려 99%의 찬성으로 통과시켰고, 인종차별에 연관된 팀은 하위리그 강등이나 승점 감점 및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와 같은 국제대회 출전 자격을 박탈할 것이라는 계획을 밝혔어요. 또 인종차별 행위를 저지른 선수나 구단 관계자는 최소 5경기 출전 정지는 물론 그 기간에 축구장 출입도 금지시킬 것을 선언했죠.
하지만 이 TF는 황당하게도 2016년 돌연 해산되었어요. 그 이유를 보아하니 당시 “(TF의) 역할이 모두 끝났다”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래요. 2023년인 지금까지도 인종차별이 이렇게나 만연해있는 상황에서, 저 시기에 해산은 시기상조가 아닐 수 없었을거예요.
이렇게 수상쩍게 해산한 이유에 대해 일각에서 추측하기로는 2018 러시아 월드컵을 1년여 앞두고 축구 인종차별이 극심한 러시아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당시 여론은 “차별과 편견, 혐오가 점점 커지고 있는 가운데 TF가 해산됐기에 당혹스럽다”, “TF의 권고 사항들이 모두 시행됐다고 여기는 FIFA 지도부의 생각은 잘못됐다”며 비판의 목소리가 대부분이었어요.
이러한 비판의 목소리가 우려한 바 그대로, 2023년 여전히 인종차별 문제는 끊이지 않고 있고, 결국 현 FIFA 회장 인판티노는 비니시우스 사태를 기점으로 다시 이 인종차별 반대위원회 TF를 꾸리게 된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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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적 표현에 엄격한 FIFA. 이례적으로 공식 지지 선언을 하다.
2020년 미국 경찰의 체포 과정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 이후, 당시 독일 분데스리가의 제이든 산초(보루시아 도르트문트), 마르쿠스 튀랑(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 등의 선수들은 조지 플로이드를 향한 추모 세레머니를 펼쳤어요. FIFA는 국제 축구 규정에서 정치적 표현을 엄격하게 금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 때 독일 축구협회는 징계 여부를 놓고 고심했다고 해요. 하지만 이에 FIFA는 이례적으로 공식 지지 성명을 발표했어요. 심지어는 선수들의 세리머니에 대해 징계가 아닌 박수 받아 마땅한 일이라며 인판티노 회장이 직접 입장을 밝혔죠.
FIFA의 이러한 적극적이고도 분명한 지지 선언의 영향으로, EPL에서는 BLM(Black Live Matter) 캠페인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방식은 킥오프 전, 선수와 심판진 모두 인종차별을 반대하는 뜻을 같이하는 의미에서 무릎을 꿇는 퍼포먼스를 하고, 각 팀의 유니폼 소매에 ‘No Room for Racism(인종차별을 위한 공간은 없다)’ 패치를 부착하는 식으로 진행되었어요. 하지만 몇년째 캠페인을 진행하다 보니 캠페인 시작 당시의 취지와 그 의미가 점점 흐려지고 있다는 비판이 생겨났어요. 실제 EPL 소속 선수 윌프레드 자하는“우리가 소중하단 걸 보여주기 위해 왜 내가 무릎을 꿇어야 할까? 왜 BLM 관련 상의를 입어야 할까? 이 모든 게 모욕적인 일”이라며 “상황이 바뀌지 않는 한, 난 무릎을 꿇지 않을 것이다. (BLM 운동은) 아무 의미 없는 형식적인 캠페인에 불과하다”라며 BLM 운동을 반대했어요.
이렇게 선수들과 팬들 사이 BLM 운동의 실효성에 대해 부정적인 여론이 커지자 EPL은 2022년 8월에 특정 경기에서만 킥오프 전 무릎을 꿇기로 결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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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의 발달이 가져온 실질적 해결방안
끊이지 않는 인종차별, 인공지능으로 답을 찾다
위 사례처럼 형식적인 보여주기식의 대책이 아닌. 실질적으로 선수들이 체감할 수 있는 해결방안은 정말 없었을까요?
현실적으로 인종차별 문제라고 하면 협회 차원에서 이미 벌어진 차별 행위에 대해 처벌하고 금지하는 것은 비교적 쉽지만, 그러한 언행이나 행동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은 어려운 것이 사실이에요. 특히나 경기장 내에서는 수만명의 관중들을 대상으로 개개인의 감정과 이에 따른 우발적인 행동을 컨트롤 할 수는 없기 때문이죠.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져요. 만약 누군가가 차별적인 악플을 퍼부어도 밑빠진 독처럼 그것이 다 사라진다면 어떨까요? 어차피 사라질 글을 위해 죽어라 남을 비방하는 글을 남길 사람은 없을거예요. FIFA는 이러한 방식으로 실질적 해결 방안을 찾아 냈어요.
이것처럼 FIFA 역시 지난해 카타르 월드컵부터 이 SMPS를 시행했는데, 'FIFA 소셜미디어보호서비스 - 2022 카타르 월드컵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총 2000만개의 소셜미디어 게시물과 댓글이 분석되었을 뿐만아니라 28만7000여개의 악성 댓글을 수신자가 보기도 전에 숨기기까지 했다고 해요. SMPS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구체적인 데이터까지 분석이 가능한데, 카타르 월드컵 기간 악성 메시지가 가장 많이 발생한 대륙은 유럽(38%), 남미(36%), 아시아(10%)와 아프리카(8%) 순이었고 그 내용은 인종차별을 비롯해 성차별·동성애 혐오가 대부분이었다고 해요. 아울러 FIFA는 이 서비스를 통해 주요 소셜미디어에서 선수나 코치, 협회 계정 등을 대상으로 한 2만 건의 악성 게시물을 발견했고 그 중에서도 가학적인 수준의 메시지를 보낸 306명의 계정 소유자 신원을 확인해 실제 법 집행 기관과 협력하여 처벌을 위한 절차로써 활용했어요.
FIFA는 오는 7월 20일 개막하는 2023 호주/뉴질랜드 여자 월드컵에서도 SMPS를 사용할 예정으로, 앞으로 점차 더 많은 대회로 사용 범위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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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계 인종차별 문제는 수십년동안 끊이지 않고 있어요. 한국인으로서 축구를 보면서도 박지성 선수, 손흥민 선수, 이강인 선수 등 한국 선수들이 겪는 인종차별에 대한 뉴스를 여태껏 봐왔지만 늘 명확한 해결 방안이 없다는 것이 그저 안타까운 현실이었죠. 하지만 이렇게나마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변화들을 만들어 낼 수 있는 대책이 생겼다는 것이 그래도 희망적인 것 같아요. 다가올 미래에는 부디 이러한 기술이 개발될 필요조차 없을 정도로, 경기장을 드나들고 바라보는 모든 사람들 사이에 그 어떤 차별도 존재하지 않는 날이 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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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이 사람을 미워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피부색은 그 이유에 포함될 수 없다"
- 피 위 리즈-
인종차별을 이겨내고 레알 마드리드의 새로운 7번이 된 비니시우스 처럼,
어려움 속에서도 좌절하지 않고
더 단단한 자신을 만들어 가는 포빅이님이 되도록, 포비기너가 응원할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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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여러분의 피드백이 일주일을 기쁘게 시작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됩니다.
좋았던 점, 아쉬운 점, 궁금한 주제, 무엇이든 좋아요.
여러분의 날카롭고 정성스런 마음을 글로 남겨주세요!
포비기너 레터는 매주 월요일 오전 발송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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