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테니스 대회와 랭크 시스템

여기서 잠깐! 

“윔블던은 들어봤는데 롤랑가로스는 뭐야.. 테니스 모르겠다!!”라며 뒤로 가기 누르려던 포빅이분 계시나요? 더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리기 전 테니스 랭크와 대회들에 대해 먼저 설명드릴게요!

여기서 잠깐! 테니스의 4대 메이저 대회 '그랜드 슬램'

테니스에는 4대 메이저 대회라 불리는 그랜드 슬램이 있어요. 1월에 열리는 호주 오픈을 시작으로 5월에서 6월초까지 이어지는 롤랑가로스(프랑스 오픈), 가장 역사가 긴 6월말에 열리는 윔블던 챔피언십, 마지막으로 그랜드 슬램을 장식하는 8월말에서 9월말까지 이어지는 US 오픈이 있죠. 4개의 메이저 대회를 모두 우승한 선수는 ‘커리어 그랜드 슬램’이라 불리고, 이를 한해에 모두 우승하는 선수를 ‘캘린더 그랜드 슬램’이라 불러요.

그랜드 슬램, 참여만 해도 7,000만 원

테니스 상금은 높기로 유명한데요, 4대 메이저 대회 그랜드 슬램은 진출만으로도 7,000만 원~8,000만 원에 달하는 상금을 받아요. 대신, 그랜드 슬램에 출전하기 위해서는 최소 세계 랭킹 104위 안에 들어야만 참가 자격이 부여되죠. 축구에 FIFA가 있다면 테니스 랭크 시스템은 ATP(Association of Tennis Professionals)라는 프로 남자 테니스 협회가 관리하는 것이에요. ATP 소속 선수들은 단식 기준으로 1년간 출전한 대회 중 20개 대회에서 획득한 점수를 통해 매주 월요일에 순위를 발표한다고 해요. 작년에 획득한 같은 대회의 점수와 올해 점수를 통해 누적 점수에 추가하거나 삭감해서요.

랭킹도 전략이야

많은 점수를 받기 위해서는 랭킹 점수를 높게 받기 위한 1년 대회 스케줄을 짜는 전략이 중요한데, 이는 많은 점수를 받기 위해 모든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체력적으로 부담이 되고 세계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펼쳐지기 때문이에요. 대회마다 주어지는 점수가 달라 점수를 많이 주는 대회에 참가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랭킹을 기반으로 대회 출전 자격이 주어지기 때문에 규모 작은 대회부터 점수를 단계별로 획득하는 것이 필요해요.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ATP에서 주관하는 각 ATP Tour 대회들과 그랜드 슬램에 참여해 Top 5위 안에 들어야 해요. ATP Tour의 종류로는 ATP 투어 250, ATP 500, ATP Masters 1000, ATP 파이널스가 있는데 숫자가 클수록 규모도 크고 점수와 상금도 많아요. 높은 순위일수록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고요.

랭킹 점수를 잘 쌓아놓으면 대회에서 자력으로 본선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본선 시작 전 기권자가 나와 기권자 대신 본선에 합류하게 되는 ‘럭키 루저’의 기회가 생기기도 해요. 우리나라의 권순우 선수도 ATP 투어 250 대회 중 하나인 애들레이드 2차 대회에 럭키루저로 합류했었죠.

🎾 테니스계 GOAT, 노박 조코비치

조코비치의 우승은 놀랍지 않지. 하지만 이번만큼은?

메이저 대회 23번 우승한 조코비치, 남자 테니스 최다 우승 달성!

조코비치가 2023 롤랑가로스를 우승하면서 23번째 메이저대회 우승을 달성했어요. 이는 남자 테니스 역사상 최다 우승 달성이라는 역사적 중요성을 띄어요. 2023 첫 그랜드 슬램 대회 호주 오픈에서 우승하며 10관왕을 달성하며 세계 랭킹 1위를 되찾은 조코비치는 이번 롤랑가로스 우승을 이어오며 테니스의 GOAT는 누구인가에 대한 논쟁에 ‘GOAT는 조코비치’라는 쐐기를 박았어요. 그전까지는 나달과 22번 우승이라는 타이틀을 함께 기록하고 있었죠.

2020년 코로나로 인해 취소된 윔블던, 분노 섞인 샷에 선심이 공에 맞아 실격된 US 오픈, 백신 미접종으로 참여 기회 놓친 2022년 호주 오픈과 US 오픈까지 높은 확률로 조코비치가 우승할 것으로 예측됐던 4차례의 그랜드 슬램을 놓쳤어요. 불운이 따르지 않았다면 진작에 단독 최다 우승 달성을 더 일찍 달성했을 것이라는 세간의 추측이 있었죠

조코비치는 메이저 대회에서 23번의 우승을 제외하고도 4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3회 이상 우승한 유일한 ‘트리플 그랜드 슬램’이라는 대기록을 세웠어요. 그 외에도 11번의 준우승, 세계 랭킹 1위~8위가 겨루는 ATP 파이널스에서 우승 6회, ATP 투어 중 3번째로 큰 마스터스 1000 시리즈에서 우승 38회, 유일한 더블 골든 마스터즈, 호주 오픈에서 11관왕을 이루었죠. 그만의 날카로운 포핸드와 완벽한 백핸드, 유연한 공수 밸런스가 지금의 그를 있게 했어요.

조코비치, ‘잔디-하드-클레이’ 승률 80% 돌파!

테니스 코트에는 잔디, 하드, 클레이 3종류가 있어요. 코트별로 다른 특성을 가졌는데, 코트의 특성에 따라 선수가 발휘하는 기량이 달라 일반적으로 선수들은 대회별로 성적이 달라져요. 각기 다른 특성을 가진 코트에서 모두 높은 기량을 발휘하는 것이 조코비치만의 장점이에요. 조코비치는 클레이 부문 승률 81.86%, 잔디 부문 89.49%, 하드 부문 86.93%로 3종류 코트에서 모두 승률 80%가 넘으며 무결점 선수임을 입증했어요.

4대 메이저 대회는 각각 다른 코트에서 진행되는데 윔블던은 잔디 코트, 롤랑가로스는 클레이 코트, 호주 오픈과 US 오픈은 하드 코트를 사용해요. 잔디 코트는 불규칙적이고 바운드가 낮아 공의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라 서버가 강하고 공격적인 플레이를 하는 선수가 두각을 발휘하죠. 잔디 코트의 황제 페더러는 잔디 코트에서 승률 92.51%를 보여줘요. 반대로 클레이 코트는 바운드가 높고, 스핀으로 인해 속도가 느린 것이 특징이에요. 그래서 수비를 잘하는 나달 같은 선수들에게 유리하죠. 나달은 ‘흙신’, ‘흙친놈’라고 불리며 클레이 코트에서 독보적인 선수로 꼽혀요. 최근 엉덩이 부상으로 롤랑가로스에 불참했지만, 작년 클레이 승률을 보면 91.52%로 진정한 흙신의 면모를 보여주죠.

• 번외 이야기: 흙신 ‘나달’ vs 잔디 코트의 황제 ‘페더러’의 대결
  흙신 나달과 잔디 코트의 황제 페더러가 각자 강점인 코트에서 대결하면 누가 이길까? 라는 궁금증으로 열린 이벤트 경기도 있어요. 2007년 마요르카에서 열린 이 경기는 친선 경기임에도 메이저 대회 결승전을 연상케 하는 7000여 명의 관중이 찾아 응원했고, 나달과 페더러도 “친선 경기임에도 긴장감이 돌았고 즐거운 경험이었다”라고 전했어요. 두 선수는 첫 두 세트에서 한 세트씩 주고받았고, 마지막 3세트에서 타이브레이크에서 나달이 승부를 뒤집으며 승리를 거두었어요.
  

🎾 테니스 전설 vs 신예

최고의 테니스 유망주 알카라스, 싱거운 결말?

이번 2023 롤랑가로스의 최대의 고비이자 사실상의 결정전은 알카라스와 조코비치가 겨룬 4강전이었죠. 많은 전문가와 도박사들은 알카라스의 우세를 예상했어요. 조코비치를 압박했던 2세트는 나달과 조코비치의 3세트 타이 브레이크를 연상시킬 정도로 뛰어났지만, 3세트를 시작하며 오른쪽 다리에 근육 경련이 생기며 희대의 명승부는 싱겁게 조코비치의 승리로 마무리되었죠.

알카라스는 경기 후 인터뷰에서 다리뿐 아니라 온몸에 쥐가 났다고 해요. 어린 나이와 작년 9월 US 오픈 우승 시 5시간 넘는 경기를 소화하고 우승까지 한 체력을 보유한 점을 고려하면 조코비치와의 경기에 대한 압박감과 긴장감으로부터 온 정신적 부담감이 가장 큰 원인으로 추측되고 있어요. 평소 정신력이 강하고 긴장되는 상황을 오히려 즐기는 모습을 많이 보여줘 온 알카라스에게도 테니스 GOAT의 존재는 아직 허물지 못한 벽으로 남았어요. 앞으로의 성장이 기대되는 선수임은 분명해 보여요.

알카라스는 조코비치를 넘어서는 선수가 될 수 있을까요? 지금껏 누구도 깨지 못했던 ‘트리플 커리어 그랜드 슬램’ 타이틀을 딴 조코비치는 만 36세로 최고령 우승 기록까지 다시 쓰며 여전한 강철 체력을 증명했어요. 조코비치에게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고 해요. 그의 코치 이바니세비치도 “큰 부상 없는 그의 철저한 몸 관리는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할 수 있는 시간이 앞으로도 훨씬 많이 남아있다는 뜻”이라고 밝혔어요. 테니스계 무결점 GOAT 조코비치의 끝은 어디까지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