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한국 축구 역사에 가장 크게 기여한 것을 꼽자면 단연 2002년 한일 월드컵 유치에요.
1993년, 정몽준 회장은 제47대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취임해요. 이와 동시에, 2002 월드컵을 유치하겠다고 선언을 합니다. 이때, 현대라는 이름을 앞세워 적극적으로 유치전을 펼치기 시작하는데요. FIFA 부회장 선거에도 도전하여 제16회 아시아축구연맹 총회를 통해 아시아 지역 FIFA 부회장으로 당선되었어요. 월드컵 유치에 더 힘쓸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거예요.
당시, FIFA에서는 개최지 투표 결정권을 가진 21명의 집행위원이 있었어요. 이때 고 정주영 회장의 전략을 똑같이 적용해요. 21명의 집행위원이 속한 국가 중 현대종합상사(현 현대코퍼레이션)가 설치되지 않았던 스코틀랜드, 독일, 이탈리아 등에 해외 지사를 설치했어요. 그리고 이들에게 전담 마크맨을 붙여 취미, 가족사 등 사소한 정보까지 파악하여 대한축구협회에 정보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전략까지 실행했어요.
국내에서는 월드컵 유치 붐 조성을 위해 브라질 국가대표팀을 초청하여 친선 경기를 추진했어요. 이때, 초청 비용으로 약 120만 달러를 지출했는데, 보통 약 30만 달러를 지출하지만, 일본에 브라질 초청 경기를 내주지 않기 위해 과감한 투자를 한 거예요. 이렇게 사소한 부분부터 과감한 투자까지 신경 쓴 정몽준 회장과 현대가의 노력으로 FIFA의 만장일치로 한일 월드컵을 공동 개최할 수 있었어요. 그렇게 국민을 잠 못 이루게 한 4강 신화가 탄생한 거죠.
한일 월드컵? 일한 월드컵?
대회 공식 명칭 표기에서도 대한민국이 먼저 표기되어, 한일 월드컵으로 불릴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원래는 FIFA 뜻에 맞춰 일한 월드컵으로 표기될 수도 있었지만, 이에 항의했던 정몽준 회장은 머리를 굴려요.
FIFA는 프랑스어를 쓴 단체이기 때문에 프랑스어를 먼저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프랑스어로는 Corée라고 표기하는 대한민국이 앞서기 때문에 Korea/Japan으로 정정되었다는 말도 있어요. 결과적으로, 대회의 결승전을 일본에 양보하는 대신 대회 명칭을 Korea/Japan으로 표기하는 것으로 사전에 일본과 협의했어요.
이에 못마땅했던 일본은 일한 월드컵이라는 표기를 계속 사용하는 경우도 있었지만, 대회 정식 명칭은 2002 FIFA World Cup Korea/Japan으로 불려요. 대회 결승전 경기를 일본에 내주고, 조 추첨식과 3,4위전 경기는 모두 우리나라에서 열릴 수 있도록 했는데 그 와중에 우리나라가 3,4위전까지 치뤘으니 모든게 우리 뜻대로 진행된 월드컵이라고해도 무방할 정도였죠.
내돈 내월드컵
현대가에 정말 많은 노력으로 얻어낸 월드컵이었어요. 그중 가장 큰 역할을 했던 것 중 하나는 정몽준 회장의 사비를 투자한 것이었어요. 당시 축구협회 예산은 약 57억 원이었어요. 그중 43억 7천만 원이 정 회장의 사비였어요. 막대한 금액의 브라질 초청 비용을 지불할 수 있었던 것도 이 덕분이에요.
당시 건립된 축구회관 건립 비용 170억 원 중 65억 원도 사비로 투자했어요. 약 100억 원의 사비를 2002년 월드컵을 위해 사용한 거죠. 이를 통해, 우리나라의 10개의 월드컵경기장 개장과 월드컵 수익을 통해 한국 축구의 밑바탕을 마련할 수 있는 유소년 시스템과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었어요.
이러한 노력은 현대에게도 큰 성과였어요. 독일 조사기관 스포츠마켓에 따르면, 2002년 한일월드컵은 현대기아차의 브랜드 이미지를 10% 상승시켰고, 이를 금액으로 환산하면 65억 달러. 한화로 약 6조 9천억 원의 효과를 얻었다고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