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뿐 아니라 어떤 스포츠든 경기할 때는 당연하게 유니폼을 착용하잖아요. ‘유니폼’은 일반적으로 특정 단체 또는 특정한 목적을 위해 드레스코드를 맞춰 착용하는 옷을 총체적으로 이르는 말이에요. 하지만 스포츠에서 유니폼은 단순한 옷 이상의 의미를 가져요. ‘유니폼’이라는 복장의 착용을 통해 경기를 보는 사람들은 누가 어떤 팀인지 쉽게 구별할 수 있고 선수들은 이를 통해 소속감, 책임감을 느끼게 돼요.

언제부터 붉은색이었을까?

포빅이님! 대한민국 국가대표 유니폼 하면 어떤 색깔이 가장 먼저 떠오르나요?? 아마 붉은색이 가장 먼저 떠올랐을 거예요. 그렇다면 붉은색은 언제부터 한국대표팀을 상징하는 색으로 자리 잡았을까요??

처음부터 붉은색을 활용했던 건 아니었어요. 우리나라가 최초로 월드컵에 진출했던 1954년 스위스 월드컵에서는 지금과는 다르게 경기할 때 하늘색 상의에 흰색 하의를 입었어요. 그리고 당시에는 휴전 이후 급박하게 월드컵에 출전했기 때문에 태극기의 박음질조차 상당히 어설프게 이뤄졌다고 해요. 붉은색 유니폼을 본격적으로 착용하기 시작한 건 1986년 멕시코 월드컵이에요. 당시 유니폼은 붉은색을 대표색으로 활용하고 넥라인을 V자라인 제작했어요. 

우리나라 유니폼의 변화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에서는 기존의 붉은색을 유지하며 원정 유니폼의 상하의를 흰색으로 지정했어요. 

 •1994년 미국 월드컵은 '백의 민족'에서 영감을 받아 붉은색이 아닌 흰색을 기본 색상으로 선택하고 색동무늬를 입히며 독특함을 더했어요. 

 • 4년 후인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는 다시 돌아온 붉은색과 함께 태극문양을 본 딴 상의와 파란색 하의를 입었는데요. 이 유니폼은 '태극마크'가 찍혀 있던 마지막 유니폼이에요. 

 •역대 유니폼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던 것 중 하나가 2002년 월드컵 유니폼이에요. 월드컵 개최국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 제작사인 나이키가 특별히 신경을 썼다고 해요. 기존의 붉은색과는 달리 좀 더 밝은 빛을 띠었고, 전면에 여러 개의 가로줄과 세로줄이 교차하는 것이 특징이었어요. 당시 처음으로 원정 유니폼이 파란색이 아닌 흰색으로 바뀌기도 했어요.

 •이후 월드컵 유니폼들은 ‘호랑이’를 활용하기도 했는데요.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한복 디자인에서 착안하고 옆구리에는 호랑이를 연상시키는 얼룩무늬를 넣었고, 유니폼 뒷면에는 작은 붓글씨로 ‘투혼’이라는 글씨를 새겨넣었어요.

 •2010 남아공 월드컵은 2002년과 함께 역대 유니폼 중 가장 좋은 평가를 받았어요. 남아공 월드컵에서는 붉은색과 파란색이 적절한 조화를 이뤘고, 유니폼 상의에 희미하게 호랑이 무늬가 그려져 있었어요.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유니폼은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과 혁신적인 기술을 더한 게 큰 특징이에요. 한복에서 영감을 받은 유니폼에 고온다습한 브라질 기후에 최적화하기 위해 나이키에서 ‘속건성’과 ‘경량’에 무게를 두고 제작했어요. 이 유니폼은 직접 착용하고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에게도 뛰어난 기술력을 인정받기도 했어요.

 •가장 최근에 있었던 2018 러시아 월드컵에는 검은색과 흰색의 조합으로 새롭게 변신한 호랑이 문양의 대표팀 엠블럼과 함께 ‘한류’에서 영감을 받아 한국적이고 세련된 디자인을 선보였어요.

 •2022 카타르 월드컵에서 대한민국 국가대표 선수들이 입고 나설 유니폼은 홈 유니폼은 상,하의가 붉은 바탕으로 제작되었고, 원정 유니폼은 검은 바탕에 빨강, 파랑, 노랑이 원색 무늬로 이루어져 있어요.

이름 표기는 왜 자꾸 바뀌는 걸까?

선수들이 입는 유니폼의 뒷면에 선수들의 영문 이름이 표기되어있잖아요. 우린 등번호 또는 영문 이름을 보고 선수들을 알아보고는 하죠. 하지만 처음부터 유니폼 뒷면에 영문 이름이 표기되었던 건 아니었어요.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FIFA의 대회 규정에 의해 유니폼 등번호 위에 영문 이름이 추가된 거예요. 영문 이름을 표기하는 방식도 몇 번 바뀌었는데, 1994년 미국 월드컵부터 2002 한일 월드컵까지는 “M B HONG(홍명보)” 과 같이 [이름 약자 + 성]으로 표기했어요. 2006, 2010 두 대회에서는 "JISUNG (박지성)” 과 같이 표기했는데요. 이는 한국 선수들은 외국과 달리 같은 성씨가 많아 성을 위주로 표기할 경우 구분이 어렵고 이니셜로 표기할 경우 같은 이니셜을 쓰는 선수가 생긴다는 단점이 있어서, 이것이 선수들의 국제적 인지도를 높이거나 해외 홍보를 하는 데 있어 애로가 발생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하지만 이것 역시 “Sungyueng (기성용)” 처럼 표식이 너무 길어지는 경우가 생겼어요. 이 점 또한 식별이 쉽지 않다는 단점이 드러났고, 대한축구협회와 나이키는 다시 "H M SON (손흥민)” 방식으로 표기하기로 협의했어요. 이 방식은 2014년 브라질 월드컵부터 올해 열릴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이어질 전망이에요.

포빅이님은 어떤 나라의 유니폼을 선호하시나요? 월드컵 기간에 참가국들이 입는 유니폼은 그 나라의 정체성을 드러내요. 대부분의 국가들이 국기 색상을 차용해서 유니폼을 제작해요. 그리고 그 색상은 일상에서 그 색이 주는 이미지와 다르게 또 다른 의미와 권위를 가져요. 스페인 대표팀은 국기에서 착안한 붉은색을 착용하고 있는데요. 이 붉은색은 스페인 대표팀을 칭하는 ‘무적함대’ 의 강인함과 압도적인 힘을 상징해요. 독일 대표팀은 국기와 같이 흰색 바탕에 검정/빨강/골드를 포인트로 활용해 비교적 심플하게 디자인된 유니폼을 착용하는데요. 이는 선 굵고 강한 독일 축구의 이미지를 나타내기도 해요.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 우승국인 프랑스 유니폼 색상인 파란색은 지네딘 지단의 우아함과 킬리앙 음바페의 힘과 젊음을 투사해요. 프랑스 국가대표팀을 칭하는 이름은 ‘레블뢰’ 역시 ‘푸른색 군단’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어요.

브라질은 조금 달라

브라질 축구 국가대표팀은 노란색의 유니폼을 착용하는 걸로 유명하잖아요. 브라질의 국기가 노란색, 초록색, 파란색으로 이루어진 만큼 유니폼의 탄생 역시 처음부터 여기서 비롯되었을 거로 생각하는 경우가 많을 거예요. 저 역시도 그랬고요.  그런데 사실 원래 브라질 유니폼의 상의, 하의 및 양말은 모두 흰색으로 이루어져 있었다고 해요. 하지만 ‘마리카낭의 비극’ 이라고 하는 사건 때문에 지금의 노란 유니폼이 탄생하게 되었어요. 이 이야기 간단하게 알려드릴게요.

지난 1950년, 첫 월드컵이 개최된 지 20년 만에 브라질이 안방에서 월드컵을 개최했어요.  사람들의 관심이 매우 뜨거워서 역대 관중 수가 지난 대회보다 5배나 많았던 대회였어요. 브라질 사람들은 자국에서 열리는 대회이니만큼 우승을 확신했었고요. 그리고 브라질은 당연하게 결승에 진출했어요. 결승전은 리우데자네이루 마라카낭 경기장에서 열렸고, 상대는 우루과이였어요. 당시 대회 진행방식 상 비기기만 해도 우승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던 브라질은 열광의 도가니였고 모두가 브라질의 우승을 확신하고 그 이후를 준비하고 있었어요. 하지만 경기는 2:1로 패했고 브라질 팬들로 가득 찼던 경기장에는 ‘소름이 끼칠 정도의 적막감’이 흘러 우루과이 선수들은 세레모니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경기장을 빠져나왔다고 해요. 이런 분위기는 경기장 밖에서도 이어졌는데요. 전국적으로 조기를 내걸기도 했고 울분을 이기지 못해 사망하는 사람들도 속출했어요. 그래서 이 사건을 ‘마라카낭의 비극’이라고 말하는 것이에요. 그 후 브라질에서 흰색 유니폼은 항복 또는 패배를 의미하는 색이 되었고, 지금 ‘삼바군단’이라고 하는 브라질 국가대표팀의 상징이 된 노란색 배경에 녹색으로 포인트를 준 유니폼이 탄생하게 된 거예요.

유니폼의 '디자인'

프로리그에는 유니폼의 색상이 보다 다양하고, 또 조화도 더 다채로운 반면 국가대표팀 유니폼은 비교적 단조롭잖아요. 이 단조로운 색 조합 속에서보다 더 돋보이고 많은 팬에게 새롭게 다가가 좋은 반응을 끌어낼 수 있게 하는 요소가 바로 유니폼의 ‘디자인’이에요.

약 100여 년 가까이 축구 유니폼은 단조롭고 평범했어요. 포인트를 주고자 하면 줄무늬를 넣는 정도였죠. 1970년대가 되어서야 유니폼에 팀 엠블럼을 넣었고, 1980년대에는 제조사의 로고도 넣었어요. 1980년대 중반에는 ‘전사프린트’ 방식을 통해 유니폼에 디자인을 가미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이것이 180도 달라진 축구 유니폼의 세계를 만들었어요. 특히 유로 1988 당시 네덜란드 대표팀과 1990 월드컵에서 서독 대표팀이 착용한 유니폼은 혁명을 몰고 온 수준이었어요. 기하학적 패턴에 더불어 국기 색상을 적용한 디자인으로 극찬받으며, 유니폼이 ‘일상룩’으로 활용되기 시작했어요. 오늘날 거리에서 볼 수 있는 아티스트, 패션모델, 패션 아이템으로 축구 유니폼을 착용하는 모습이 여기서부터 시작된 거예요.

가장 핫했던 유니폼

월드컵이 개최될 때마다 각 팀은 새로운 유니폼을 발표해요. 그 디자인에 따라 전 세계가 아주 뜨거운 반응을 보이기도 하고 자국의 팬들이 실망의 목소리를 내기도 하죠. 1930년 첫 번째 월드컵이 개최된 이후 전 세계 팬들에게 호평받은 유니폼들이 많이 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최근인 지난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서 뜨거운 반응을 일으킨 유니폼이 바로 나이지리아의 유니폼이에요. 나이지리아의 유니폼은 영국 스카이스포츠, 스페인 마르카, 패션잡지 GQ 등 다수의 매체에서 진행한 유니폼 팬 투표에서 1위에 올랐어요.

나이지리아의 유니폼은 대표팀의 마스코트인 독수리 이미지를 형상화했어요. 거기다 선명하고 밝은 초록 색상과 지그재그 패턴의 디자인을 더했어요. 이는 나이지리아가 ‘레트로’를 컨셉으로 나이지리아가 처음으로 월드컵에 출전했던 1994년 미국 월드컵 당시의 유니폼을 모티브로 삼은 것이에요. 처음 유니폼이 발표되었을 당시에는 디자인이 너무 강렬해 호불호가 갈린다는 평가를 받았는데요. 하지만 나이지리아 축구협회에 따르면 레플리카의 사전 주문 수량이 무려 3백만 개에 이르렀고, 이 유니폼은 판매 3시간 만에 오프라인 매장에서 완판을 기록했고 온라인은 3분 만에 모두 판매되었다고 해요. 그뿐만 아니라 월드컵 공식 스토어마다 나이지리아 유니폼이 매진될 정도로 최고 인기 상품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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