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비기너, 41번째 이야기
포빅이님, 요즘 들어 축구 유니폼 디자인의 티셔츠들이 정말 눈 돌리면 보이는 것 같지 않나요?
앞서 아웃도어 의류와 일상복을 매치하는 ‘고프코어’가 2022 패션계를 뜨겁게 달궜다면 2023년은 축구 유니폼에서 영감을 받은 ‘블록코어’가 트렌드의 정점을 찍고 있어요.
사실 이 ‘블록코어’는 이미 작년부터 유행이 시작되어 올해 상반기가 지나가고 있는 지금까지 핫하게 이어져오고 있지만, 재미있는 건 이 흐름이 23FW까지 이어질 만큼 핫하고 인기 있는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거예요. 축덕이자 유니폼 컬렉터인 저로서는 데일리룩으로 유니폼 입는 것이 이상하지 않은 이날이 정말 반갑지 않을 수가 없는데요, 오늘은 저와 같은 축덕들부터 일반인들까지, 스포츠 유니폼을 데일리 아이템으로 자리 잡게 한 ‘블록코어’ 트렌드에 대해 알아보고, 패션계에 스포츠가 얼마나 영향력 있는 키워드가 되었는지 낱낱이 보여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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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코어란?
블록코어가 뭐야?
블록코어는 영국에서 남자를 지칭하는 단어 ‘Bloke‘ (‘Bro’ 또는 ‘Dude’와 비슷한 의미)에 꾸민듯 안꾸민듯한 스타일을 의미하는 ‘Normcore’가 합쳐진 단어로, 여기서 Bloke는 축구를 유난히 좋아하는 영국 남자들 중에서도 주말이면 어김없이 유니폼을 입고 스타디움과 펍에 모이는 하드코어 축구 마니아들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말이라고 해요. 블록코어룩은 SNS 상에서 축구에 열광하는 젊은 남성들을 중심으로 퍼져나가기 시작하면서 본격적인 패션 트렌드로 자리 잡기 시작했는데, 재미있게도 그 유행의 시작은 한 틱톡커의 짧은 영상이었어요.
23살의 틱톡커 브랜든 헌틀리(Brandon Huntley)는 2021년 12월 26일, 한 영상을 올렸어요. 영상 속 그는 상의로 샬럿 FC의 파란색 홈 유니폼을 입고 하의는 청바지, 신발은 아디다스 삼바 스니커즈를 매치한 후 제목으로 ‘Hottest Trend of 2022: Blokecore’라는 제목을 붙였어요. 요즘 숏폼 영상들을 보면 정말 별의 별 제목으로 온갖 주제의 영상들이 많잖아요? 그것처럼 당시 브랜든 헌틀리는 그저 가벼운 조크(Joke)처럼 저 제목의 영상을 올렸다고 해요. ‘내가 이 영상으로 전세계의 패션 트렌드를 만들어 보겠어’ 이런 대단한 야망에서 시작된게 아니었죠. 그런데 이 짧은 영상은 거짓말처럼 순식간에 26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고, 틱톡커들 사이에서 엄청난 화제가 되었어요. 마치 하나의 밈이자 챌린지처럼 수많은 사람들이 옷장의 유니폼을 꺼내서 자신의 아웃핏을 자랑하는 영상들을 올리기 시작했고 일파만파 퍼지기 시작한거에요. 이렇게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잡은 블록코어는 처음엔 축구 유니폼 시작되었지만 지금은 풋볼티부터 야구, 농구 유니폼 등 스포츠 유니폼에서 영감받은 모든 룩을 아우르는 더 넓은 의미로 사용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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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brandonlhuntley Tiktok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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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코어, 틱톡을 너머 글로벌 셀럽들까지
틱톡으로부터 시작된 이 트렌드는 서브컬처를 누구보다 발 빠르게 흡수하는 해외 셀럽들의 눈에 띄지 않을 수 없었어요. 대표적으로 벨라 하디드는 축구, 미식축구 유니폼 등 다양한 스포츠 저지에 쇼츠, 트레이닝 팬츠, 데님 팬츠 등 다양한 하의와 자유자재로 매치해 블록코어를 대중적으로 널리 알렸고, 킴 카다시안은 파리생제르망의 2000년대 저지를 크롭탑으로 변형해 레더 팬츠와 매치, AS로마의 90년대 후반 저지를 바이커 쇼츠와 매치하는 등 클래식 축구 저지를 활용한 다양한 룩을 제시했어요. 여기에 패션 인플루언서이자 DJ로 잘 알려진 시미 & 헤이즈 카드라 자매는 프랑스 클럽 마르세유의 90년대 저지에 카고 팬츠와 까르띠에 팔찌, 팬더 워치를 매치하여 스트릿과 럭셔리의 믹스매치 스타일링을 보여주기도 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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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Daily Mail / Cosmopolitan / POPSUGAR / Instagram @simihaz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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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 블록코어가 가장 크게 알려진 건 케이팝 씬의 영향력이 컸는데요, 그중에서도 대중들에게 가장 처음, 가장 강력한 영향을 준 건 뉴진스와 블랙핑크 제니였어요.
뉴진스는 데뷔곡 ‘Attention’의 뮤직비디오에서 푸른 잔디의 그라운드를 배경으로 찰랑이는 생머리를 휘날리며 소녀들의 ‘청량함’ 그 자체를 보여주었는데요, 뉴진스의 이 풋풋하면서도 에너제틱한 바이브는 저지를 활용한 스포티한 스타일링이 큰 몫을 했어요. 멤버 중 민지는 풋볼 저지 컨셉의 박시한 루이비통 상의에 짧은 팬츠 그리고 니 삭스와 함께 매치하여 미니 원피스처럼 저지를 활용했고, 다니엘은 데님 쇼츠에 아르헨티나 국가대표 저지를 연상케 하는 마틴로즈의 하늘색 스트라이프 풋볼탑을 크롭탑처럼 연출하여, 각자 개성과 컨셉에 맞는 블록코어룩을 완성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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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진스는 상큼하고 발랄한 무드에서 유니폼 컨셉으로 제작된 패션 브랜드의 저지를 활용했다면, 제니는 강렬하고 카리스마 있는 무드로 스포츠 유니폼 ‘컨셉’으로 제작된 제품이 아닌, 실제 축구 저지를 활용했어요.
제니는 블랙핑크의 ‘Pink Venom’ 뮤직비디오의 랩 파트에서 유니폼을 입고 나왔는데, 이때 입은 제품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팀가이스트 저지였어요. 이 팀가이스트 저지는 아디다스에서 2006년 독일월드컵 당시 사용한 유니폼 템플릿을 2021년에 재해석하여 9개 클럽의 컨셉에 맞게 출시한 저지예요. 이 9개 클럽들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제외하고도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아스날, 유벤투스 등 수많은 팬들을 보유한 인기 구단들이었지만, 놀랍게도 이 저지가 시즌 초반 순식간에 품절되어버린 구단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유일했어요. 그 이유가 바로 ‘제니’였죠. 이 저지는 블랙핑크의 ‘Pink Venom’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지 6시간 만에 품절됨과 동시에 전 세계 맨유팬과 축구팬, 케이팝팬들에게 ‘블랙핑크’, ‘제니’, ‘축구 유니폼’, ‘맨유’ 와 같은 키워드로 어마어마한 바이럴을 일으켰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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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유튜브 BLACKPINK / 아디다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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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온 세상이 블록코어
쏟아지듯 출시되는 블록코어 아이템들
이렇게 대중들의 눈에 하나 둘 띄기 시작한 블록코어룩은 22년 하반기부터 점점 더 핫한 트렌드로 떠오르기 시작하다가 2022년 겨울 카타르 월드컵을 지나면서 그 인기와 파급력이 배가 되었어요. 카타르 월드컵이 끝난 23SS 시즌 럭셔리 브랜드의 컬렉션에서는 유니폼을 모티브로 한 아이템들이 본격적으로 출시되기 시작했고, 현재는 수많은 글로벌 브랜드부터 크고 작은 온라인 쇼핑몰까지 셀 수없이 많은 곳에서 관련 제품들이 쏟아지듯 출시되고 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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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발렌시아가 / 구찌/ 마틴로즈 / 에임레온도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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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터가 말해주는 '대세'
블록코어의 인기는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어요. 스타일 커머스 플랫폼 에이블리는 지난 3월 검색 데이터를 분석했는데, '유니폼' 검색량이 전년 동기 대비 무려 375%나 늘었다고 해요. 여기에 운동선수들이 경기 전, 후 체온 유지를 위해 입는 의류인 '트랙탑'은 11배(1010%)가량 급증한 데다, 축구화 가방으로 활용되던 '짐색'의 검색량은 330%나 증가했죠. 원래라면 운동선수들만이 입고 쓸 만한 아이템들이지만, 트렌드의 흐름에 따라 젊은 층에게는 스포티한 스타일링을 완성시키는 '힙(Hip)'한 아이템으로 급부상하게 된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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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코어 이전, 애슬레저로 도움닫기를!
블록코어룩이 이렇게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 입을 수 있는 트렌드가 된 데에는 유니폼 의류가 가진 ‘기능성’ 또한 큰 역할을 했어요.
이렇게 다양한 스포츠웨어에 대한 선호 현상은 기능성 소재의 사용으로 편안함과 쾌적함은 몰론이고 각 종목, 팀별로 각양각색의 디자인을 선택할 수 있는 ‘유니폼’이라는 카테고리에 대한 선호로까지 이어졌어요. 편하지만 스타일리시하게 개성을 드러낼 수 있고, 누구나 쉽게 입을 수 있는 옷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게 된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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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블록코어에 대답해요
블록코어의 부름에 구단, 스포츠 브랜드도 대답하는 중
패션 브랜드들의 유니폼 공략이 시작되면서 유니폼의 원조 오너라고 할 수 있는 스포츠 구단과 스포츠 브랜드들도 이에 대응하는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어요.
야구도 블록코어 코인 탑승! 엘지트윈스 X 1993 스튜디오 콜라보
블록코어 붐은 앞서 언급했듯이 오직 축구 유니폼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니에요. 시작은 축구 유니폼이었지만 유행은 더 많은 스포츠까지로 퍼지게 되었죠. 축구, 미식축구에 이어서 야구까지 그 흐름이 이어지게 되자 엘지트윈스는 프로야구 개막을 앞두고 누구보다 빠르게 이에 맞는 액션을 취했어요.
지난 3월, 엘지는 빈티지 캐주얼 컨셉의 의류 브랜드 ‘1993 스튜디오’와 손을 잡고 콜라보 컬렉션을 발매하여 팬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어요. 협업을 진행한 1993 스튜디오는 90년대 컨셉의 빈티지하면서도 스포티한 무드의 의류로 큰 인기를 끈 브랜드로, 무신사에서 지난해 매출이 9배 이상 증가했을 정도로 핫한 브랜드에요. 엘지는 그중에서도 인기 제품인 블록코어 아이템을 핵심으로 잡고, 바시티 자켓, 하프집업, 반팔티, 베이스볼 저지, 스웻셔츠와 볼캡 등 의류 11종과 모자 3종을 협업을 통해 출시했어요. 실제 유니폼의 경우 일상보다는 경기장에서 입는 용도로 활용되기 때문에, 이를 대신해, 구단의 아이덴티티가 담인 일상 아이템을 트렌드에 맞게 소비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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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날만을 기다렸다. 50년 만에 태어난 아디다스의 패션+스포츠 레이블
블록코어 열풍이 한창이던 2023년 2월, 아디다스는 패션과 스포츠가 결합한 신규 레이블 ‘스포츠웨어(Sportswear)’를 런칭했어요. 아디다스가 기존에 전개해 온 레이블은 ‘퍼포먼스’와 ‘오리지널’ 두 가지였는데, 퍼포먼스는 스포츠, 기능성 위주의 제품들이라면, 오리지널은 캐주얼하고 힙한 패션 위주의 제품들이죠. 이번에 런칭한 ‘스포츠웨어’는 이 두 레이블을 통해 지금껏 아디다스가 축적한 자산과 다져온 노하우들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이를 통해 소비자들을 끌어오고자 만들어진 레이블이에요. 스포츠웨어와 일상복의 경계가 허물어지고 스포티한 아이템의 인기가 치솟고 있는 이 시점에 완벽한 기회를 만든 거죠.
이러한 아디다스의 의도는 ‘스포츠웨어’ 런칭 당시의 제품과 광고에서도 잘 드러났어요. 런칭 당시 첫 캠페인의 메인 이미지는 ‘스포츠웨어’의 모델로 발탁된 제나 오르테가의 화보 이미지였는데, 여기서 제나 오르테가가 착용한 메인 아이템은 다름 아닌 축구 유니폼을 모티브로 한 보라색 줄무늬 저지였어요. 또 다른 화보 이미지에서는 ‘스포츠웨어’에 속한 트레이닝 바지에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저지를 상의로 매치한 룩을 보여주기도 했죠. 화보뿐만 아니라 실제 판매 제품들 역시 풋볼 저지와 트랙수트, 애슬레틱 드레스가 주종을 이루면서 아디다스는 블록코어 트렌드를 더 이상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역으로 선제시하기 시작하는 모습을 보여줬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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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은 드레스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패션은 하늘과 길거리에도 있으며, 우리의 생각과 삶, 그리고 지금 일어나고 있는 모든 일과 밀접한 관계를 갖고있다"
- 코코 샤넬 -
패션과 스포츠 이야기로 다채로운 월요일을 시작하신 만큼,
이번주는 포빅이님을 둘러싼 다양한 것에서 영감을 얻는 한 주가 되시길 바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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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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